어린 시절 난 대중음악을 접할 수 없었는데, 바로 우리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는 당시 내가 TV에서 가요프로그램을 보는것을 질색하셨다.
만화는 보게 해줘도.. 가요프로그램은 못보게 하셨다.. 나중에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어쨎든 덕분에 나는 중학교가 갈때까지 제대로 아는 가요가 전무했다.
우리 엄마는 주구장창 나를 클래식만 듣게 했다..;;
그렇다가 집에서 낡은 카세트 테이프를 뒤적거리다.. 해바라기 3집인가를 발견하고 들어보았다.
엄마의 클래식만 듣다가.. 이 감미로운 멜로디는 신세계 였다..
내가 용돈을 모아 산 첫번째 음반은.. 해바라기 베스트였다..ㅋㅋㅋ
한 1년은 해바라기만 듣고 산것 같다..
다들 해바라기 노래는 '사랑으로' 정도만 있는줄 안다.
그런데 사실 이 남성듀오는 엄청난 싱어송라이팅 능력이 있는 분들이셨다.
해바라기의 '내마음의 보석상자' 가 SG워너비 노래로 뜨는걸 보고.. 그들의 노래인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냉소를 금치 못할뿐이다. 아울러 이 명곡을.. 이따구로 편곡을 해서.. 망쳐놓은 SG워너비도 원망스럽다;;
어쨎든.. 해바라기의 노래는 대단히 명곡이 많은데 '행복을 주는사람', '내마음의 보석상자', '어서 말을해' 등등
주옥같은 곡들이 많으신 분들이다.. 무엇보다 내 대중음악의 첫 발을 디디게 해준분이셨다.
한번은 이분들의 소극장 콘서트가 있다는걸 알고 가겠다고 했다가.. 갈굼만 당하고 못가서 엉엉 운기억이 난다.
어쨎든.. 이분들의 음악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목소리가 좀.. 너무 70년대 스럽다..
그렇다가... 중2때.. 학원친구가 들어보라고 전해준 음악은.. 바로.. 푸른하늘 4집.. '꿈에서 본거리' 였다.
이어폰으로 들어보고.. 유영석의 당시 너무 감미로운 목소리(뭐.. 지금 들으면 느끼하다...)에 진짜 발라드
느낌이 나는 이 노래는.. 그리고 뭔가 묘사를 하는듯한 섬세한 가사말들.. 신세계였었다..
푸른하늘 4집을 정말 테잎 늘어질때까지 탈탈 들었다.. 유영석을 존경했으며.. 신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이때 난 심지어.. 전공을 음악으로 바꿔볼까 라는.. 다소 위험한 생각까지 했다.. 아니..사실..
작곡도 했다..ㅋㅋ 믿기지 않겠지만.. 그런데 지금도 기억나는게 그렇게 곡을 쓰다보면.. 이상하게 해바라기의 음악의
운율과 비슷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난 능력도 없었고.. 그리고 너무 해바라기 음악을 많이 들은 후유증이 있었다.
어쨎든.. 푸른하늘의 굳바이 콘서트 앨범도 들었는데.. 마지막에 겨울바다를 부르면서.. 유영석님이 흐느끼는데..
나도 같이 흐느꼈던 기억이 난다.. 예나 지금이나 난 감수성이 좀 있는듯 했다..;;
그렇게 난 대중음악에 눈을 떳고.. 라디오를 통해 팝송 및 가요를 미친듯이 들어대기 시작했다.
흡사 십몇년을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끼다가 이제 해방구를 만나서.. 밤낮으로 그 한을 풀어대듯 들어댔다.
난 그 당시 라디오를 너무 좋아해서.. 공부할때 라디오를 틀지 않고는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12시, 정오의 희망곡, 2시, 김기덕의 두시의 데이트(맞나?), 6시, 배철수의 음악캠프, 8시, 이승연의 FM데이트,
고소영의 FM데이트 ㅋㅋ 요새 사람들은 고소영이 DJ했다는 사실들을 알까? 12시 FM영화음악.
하루를 라디오로 시작해서 라디오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난 음악과 라디오에 해방구를 찾았다.
심지어..... 과외시간에도 귀 한쪽에 라디오를 꽂고 내 사연이 읽혀지길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때 당시.. 기억나는 일이 있었다.
토요일 오후.. 집에서 난 예와 마찬가지로 라디오를 틀어놓고..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엄마가 방청소를 하러 들어오셔서.. 나의 라디오에 나오는.. 팝송을 같이 따라부르면서.. 그렇게 흥얼거리면서..
걸레질을 유유히 하고 나가셨다...;;
당시로서는.. 충격이었다.. 아니 나도 모르는 이 팝송들의 가사를 외울정도로 팝송을 안단 말인가?
여러 감정이 나를 감쌌다.. 엄마에게도.. 청춘이 있었구나.. 그리고. 아니 내가 엄마도 못따라 잡는단 말인가!!
그뒤로 난 팝송가사를 미친듯이 해석하고 파고 들었다.. 아니 더더욱 피치를 올려서 팝송에 몰두했다.
당시 내가 좋아했던 팝송은 사실 올드팝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올드팝들은 질려서 못들을 지경이다.
그러던 중... 중2말인가로 기억하는데..
친구가 전해준 앨범은 015B 2집 이었다.. 집에 가져와서 보니 아무도 없길래.. 가보와도 같은
우리어머님의 클래식 전용플레이어인 전축을 겁없이 켯다.. 015B.. 처음 접해보는 것이다..
타이틀곡 4210301...
내 인생 몇 안되는 아주 또렷히 기억나는 순간이다...
쿵쿵.. 울리는... 신디사이저의 세련됨.. 너무 깔끔한 비트.. 적절한 랩... 기가막힌 멜로디.. 새로운 장르의 가사..
그 노래 전주 10초 동안.. 난 시간이 멈추는 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정말 이것이 음악이구나....
이런게 음악이구나.. 라고 느꼈다...
4210301 이란 이 노래는 환경보존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노래다.
그리고 중간의 영어랩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방송금지 처분을 받으며 더 소문을 탔다.
ㅋㅋ 믿을수 없는 당시 시대다.. 물론 지금은 해금된 상태이다.
거기에다가 이 숫자는 무엇인가.. 바로 이 숫자는 환경청 전화번호 였다.
이것이 전화번호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환경청에 엄청나게 전화를 해대는 바람에
이 번호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9시 뉴스에도 나오고, 엄청난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이노래는
이제 사랑과 이별만 얘기하던 구시대에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는 새로운 가사를 가졌으며,
그에 걸맞는 일렉트로닉의 세련된 음악을 가진.. 015B 의 명곡중 명곡이라고 단언한다.
지금도 015B 최고의 명반으로 알려진 2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게 하나도 없는 음반이었다..
2집을 통해서 윤종신,이장우를 가요계에 배출 시킨건 015B 였다. 2집은 거의 100만장 팔린 앨범이다.
3집도 대박.. 마찬가지로 밀리언셀러 ㅋㅋ
물론 요새는 디지털로 음원을 판매해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요새는 5만장판 팔려도 초대박이라던데.. 쩝..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수학여행에서.. 어디서든 헤어질때면 다같이 마이크를 잡고 부르던 '이젠 안녕'
끝없이 반복되는 멜로디 속에서.. 그 오묘함을 느끼게 하는 '아주 오래된 연인들'
결혼도 안한 꼬마 같은 나이에.. 노래부르는 사람의 아픔이 전해지는 '그녀의 딸은 세살이에요'
대학교때.. 툭하면 분위기 잡고 부르는 우리 남자들의 넘버원 발라드 '텅빈 거리에서'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리듬의 '친구와 연인'
랩이란걸 처음 접하면서.. 그러면서도.. 가사에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는'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015B최고의 발라드라고 스스로 손꼽는 '어디선가 나의 노래를 듣고 있을 너에게'
통통튀듯 폐부를 찌르며 경쾌한 리듬의 '수필과 자동차'
그 시대 당시 우리에게.. 우리를 사로잡은 음악은.. 서태지가 아니라.. 공일오비였고.. 신해철이었던것 같다..
주위의 몇몇 친구들은 공일오비를 들으면서 음악을 꿈꾼 친구도 있었다..
정석원의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영 아니올시다 이지만.. 이 양반의 작곡, 편곡은
지금 생각해도 시대를 엄청나게 앞서가는 센스가 있었다.. 하지만 장호일의 목소리는 지금들어도 짱이다!
서울대를 다닌 이 형제는 불공평하게 음악적 머리도 좋은가보다 ㅋㅋ
난.. 아직도 기억한다....
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서.. 처음 015B 를 들었던.. 그노래 4210301.... 환경청 전화번호라던...
그 엄청난 세련된.. 멜로디...... 아마.. 나의 음악을 얘기할때.. 그 순간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역시.... 내 기억에서 잊혀질까봐.. 글을 적어두고 싶다.. 그래도 잊혀지지 않겠지...
얼마나 강렬했던 순간들인데..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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